연예인도 '끝까지 간다'…악플러 처벌에 '봐주기' 없어
연예계에서 고소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루머는 무시하고 악플러는 선처로 처리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끝까지 간다'는 기조로 바뀌었다.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익명성을 이용하던 유튜버나 악플러도 이젠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인기 걸그룹이라는 이유로 먹잇감이 되었던 아이브 측이 미국 법원으로부터 사이버렉카로 유명한 탈덕수용소의 정보제공명령을 받아냈다. 사이버렉카는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렉카(견인차)처럼 이슈가 생기면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탈덕수용소는 아이브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등 인기 아이돌만 골라 진실과 소문을 교묘하게 섞은 콘텐츠를 생산했다.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팬들의 제보 등을 받아 미국 법원에 제출할 자료를 만들었다. 하나의 양식으로 정리했고, 탈덕수용소의 영상을 캡처한 뒤 해당 내용이 거짓이라는 소명 자료도 만들었다. 스타쉽은 법무법인 리우의 도움을 받아 증거들을 미국 법원에 제출했고, 올해 5월 정보제공명령을 받아냈다.
신상정보를 넘겨받은 스타쉽은 탈덕수용소 운영자 박 씨를 모욕,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미성년자 멤버 성희롱,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 등으로 미국과 한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 씨는 사과문과 함께 유튜브 계정을 삭제했지만 스타쉽은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가수 겸 배우인 수지도 지난 7월 '국민호텔녀'라는 댓글을 달았던 남성과의 긴 싸움을 끝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3도5382).
이 씨는 2015년 10∼12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수지 관련 기사의 댓글란에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영화 폭망 퇴물 수지' 등이라고 쓴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댓글 전부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이 씨의 댓글이 사회 통념상 처벌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이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으로서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고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정당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악플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형법상 모욕죄, 영업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악플러들 대부분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지만, 모욕과 비방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연예계는 악플러의 반성 여부와 관계없이 끝까지 처벌받게 하겠다는 분위기다. 결론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려도 대가를 치르게 해 본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어 신상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유튜버를 처벌하는 법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뉴미디어 콘텐츠를 보도에 따른 분쟁 조정·중재의 대상으로 추가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김승수 안)이 계류 중이다. 가짜뉴스 배포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박정 안), 허위정보 삭제요구권을 신설하고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김종민 안) 등도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