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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의 투명성 제고” “책임 안 지는 위원회 많아”

작성일 : 2023.11.21 조회수 : 225
‘위원회 사법부’ 논란
인사, 사무분담도 위원회서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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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 인사와 법관 사무 분담, 사법 제도는 물론이고 홈페이지 관리 등의 법원 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사법 정책과 사법부 운영이 위원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이른바 ‘위원회 사법부’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법률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사법행정에 관한 투명성 제고와 민주성 강화를 명분으로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설치되고, 법원행정처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가 점점 늘어나면서다. 법원 내에선 “권한을 분배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닌데 권한에 따르는 책임이 분산을 넘어 아예 책임 소재까지 없어진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관 인사, 정량적인 부분만 고려… “문제 생겨도 책임은 없어”

법관 인사를 비롯해 사법행정에 관한 사무 중 대법원장이 부의하는 사항은 모두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자문하고 있다. 재판제도와 재정 등 사법행정에 관해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검토하고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결정에 연결되는 자문을 제공한다.


김명수 코트의 경우 법관 인사시 선발성 보직 9개의 보직인사안과 관련해 법관인사분과위원회의 검토 및 사법행정자문회의 자문에 기초해 인사를 실시했다. 선발성 보직 9개는 △대법원 판사연구관 선발 △사법연수원 교수 선발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선발 △헌법재판소 파견연구관 선발 △가사·소년 전문법관 선발 △의료·건설 전문법관 선발 △고등법원 판사 신규 보임 △장기근무법관 선정 △지원장 보임을 뜻한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 분과위원회 체제에서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정량적인 사항에 대한 고려가 커서 정성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고른 인사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이전에는 재량적, 정책적 인사를 통해 남녀 비율과 기수, 지역 안배 등 정성적 사항 등이 고려돼 적재적소에 인사가 이뤄졌다”며 “하지만 지금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에 대한 평가만 할 수 있고 오히려 여성 법관들에게 불리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성을 가졌거나 개인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사항에 있어서도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인사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더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한 판사는 “대법원장이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인데, 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피하는 형국이 됐다”며 “위원회 구성도 과연 공정한 구성인지 의문인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제 하나의 결정을 할 때에도 여러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등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해졌다”며 “이런 민주적 기능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사법정책의 결정에 있어 그 이전에 비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산하 위원회도 51개로 늘어

법원행정처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 수도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나 2022년 12월말 기준 5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위원회는 사법정책의 수립과 사법제도, 재판사무의 개선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 조사·연구하고 그 개선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장의 자문기관으로 법원행정처에 둘 수 있게 돼 있다. ‘사법정책 및 제도개선 등에 관한 위원회 규칙 제1조’이 근거 조항이다. 통상 상설위원회와 특별위원회로 구성된다. 특별위원회는 법원행정처장이 특정한 사법정책 및 사법제도에 관한 사항을 조사·연구하고 그 개선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둘 수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6년 43개였던 법원행정처 산하 위원회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50개를 넘겼다. 연도별로는 △2017년 44개 △2018년 43개 △2019년 42개 △2020년 45개 △2021년 46개 △2022년 51개이다. 2019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지난해에 50개를 넘어선 것이다.


위원회 종류로는 △국선변호정책심의위 △회생·파산위 △가사소송법개정위 등 재판 절차에 필요한 정책 및 제도를 위한 위원회부터 △근무성적평정위 △근무성적평정조정위 △보통승진심사위 △성과급심사위 △근무실적평가위 등 법관 및 법원공무원의 평정과 승진 관련 위원회가 있다. △대법원청사관리위 △소프트웨어사업 과업심의위 △코트넷운영위 △홈페이지 평가위 △홈페이지 관리위 △사법정보화심의위 등 구체적인 법원 내 시스템 관련 위원회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앞 자리 수가 바뀔 정도로 늘어났다는 것은 몇 년 사이 위원회 수가 급증했다는 증거”라며 “위원회가 늘어나면서 본인이 어떤 위원회에 속해있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꼬집었다.



‘사무분담위원회’ 등 각급 법원 내 위원회 비판도

전국 법원에 개별 설치된 사무분담위원회를 두고도 그 존재 의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통상 사무분담은 각 법원의 소속 판사를 영장전담이나 형사부, 민사부 등 각 재판부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으로서 법관 독립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동안 사무분담 관련 사항은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가 결정해왔지만, 김명수 코트 들어 일선 법관들이 직접 참여하는 ‘법관사무분담위원회’가 설치됐다. 이에 따라 판사들이 직접 사무분담 원칙을 세우고 관련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방식이 바뀌었다.


그러나 사무분담의 방식이 이전과 비교해 오히려 ‘적재적소’에 법관을 배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과거 법원장이 사무분담을 할 때는 법관 개개인의 역량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법관을 배치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그런데 사무분담위원회가 생기면서 나이나 기수를 기준으로 한 사무분담이 주를 이루고 전문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사무분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장 입장에서도 조직 활성화 및 안배 차원에서 장래지향적인 사무분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세분화된 규칙 내 기계적으로만 사무분담이 이뤄져 다른 사법정책들과도 연결짓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위원회에서 어떤 사항을 결정하려면 안건이 생길 때마다 회의를 소집해야 하는데 판사 수가 여유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그렇게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결국 각급 법원 내 설치된 위원회 중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사의 경우 그 업무를 했던 경험이 중요한데, 이런 것이 전혀 반영될 수 없다”며 “위원회 구성도 계속 바뀌고 위원회의 수도 많아지면서 각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무분담위원 또한 사무분담의 대상인데 자신의 사무분담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결정할 수 있는 위원의 자리에 있는 것이 옳은 제도인지 의문”이라며 “법원장 자리는 인사권을 가지는 만큼 그 책임이 따르는 자리인데, 위원회를 두고 이를 잠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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